새는 좌우의 날개로~
“당신네들, 하늘을 나는 저 새를 보시오. 저 새가 오른쪽 날개로만 날고 있소? 왼쪽 날개가 있고, 그것이 오른쪽 날개만큼 크기 때문에 저렇게 멋있게 날 수 있는 것 아니오.” (제시 잭슨/1984년 미국 대통령후보 지명경선 발언)
“8∙15이후 근 반세기 동안 이 나라는 오른쪽은 신성하고 왼쪽은 악하다는 위대한 착각 속에 살아 왔다. 이제는 생각이 조금은 진보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새보다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리영희/두레/1994/첫머리 글)
젊은 시절 진보주의자(좌파/왼쪽)였던 사람도 나이가 들면 대개 보수주의자(우파/오른쪽)로 돌아선다고들 한다.
이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연스런(?) 생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인간의 심리나 행동은 뇌 활동의 결과물인데 노년이 되면,
1) 생리적으로 뇌 활동의 근간인 신경세포(neuron)의 수가 줄고,
2) 뉴런 사이의 정보 전달도 원활치 않아서,
3) 새로운 정보나 지식을 수용하는 능력이 줄게 되고,
4) 현실 적응도 늦어지고 합리적 의사결정도 잘 못하게 되어,
5) 고집이 세지고, 화도 잘 내고, 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보수/진보, 우파/좌파에 대한 개념은 많이 왜곡되어 있다.
보수가 자신들 안위를 위해 진보를 위험시/적대시하고 일방적으로 폄훼/매도해 왔기 때문이다.
또 돔 헬더 까마라(브라질 대주교)의 "가난한 사람을 돕자고 하면 사람들은 나를 성자라고 한다. 하지만 가난을 낳는 구조를 바꾸고자 하면 사람들은 나를 빨갱이라고 한다."는 말처럼, 우파는 좌파를 무조건‘악/종북/좌빨’로 몰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대다수 국민이 보수의 반복된 진보 폄훼 발언에 세뇌되어, ‘누가 자신의 이익을 잘 대변하는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일반적 정치선택의 4가지 유형인.
1) 자본가가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2) 노동자가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 3) 자본가가 진보를 선택하는 경우, 4) 노동자가 보수를 선택하는 경우 중,
1)/2)는 자연스럽고 타당하고 합리적 선택이고, 3)의 경우는 비교적 지식수준이 높고 정치/경제의 기본적 이해 능력을 갖춘 사람의 정의로운 선택인데 반해, 많은 노동자들이 어리석은 선택인 4)를 택해 왔기 때문이다. (<지대넓얕>/채사장/한빛비즈/2014)
물론 이런 선택은 보수 우파의 악의적 프로파간다 탓이기도 하고, 또 진보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 탓이기도 하다.
그러면 과연 진보는 보수가 말하는 것처럼 나쁜 것이기만 한 것일까?
아니다. 진보의 지향점이나 콘텐츠의 본령은 원래부터 아래와 같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진보주의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다. 즉,
1) 진보는 복지를 위한 부자증세에 찬성하지만, 보수는 그 반대다.
2) 진보는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와 문화적 다양성을 옹호하지만, 보수는 내국인의 이익과 민족문화의 고유성을 중시한다.
3) 진보는 동성애에 대해 너그럽지만, 보수는 동성애를 혐오한다.
4) 진보는 전쟁에 반대하고 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옹호하지만, 보수는 부국강병을 좋아하고 외부위협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선호한다.
5) 진보는 여성과 장애인 등 소수자의 권익 보호를 매우 강조하지만, 보수는 덜 그렇다.
6) 진보는 무슨 문제가 있으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강조하는 반면, 보수는 개인과 가족 책임을 중시한다.
7) 진보는 진화적으로 새롭고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런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반면, 보수는 그 반대다.
보수주의자들이 사형제를 옹호하는 것이 그 좋은 예다. 연쇄살인범을 사형시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반면, 범인의 인권을 거론하면서 사형을 시키지 않고 피해자의 세금으로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은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을 따르는 경향이 있는 보수주의자들은 대개 사형제를 옹호한다.
이렇게 보수와 진보의 개념과 콘텐츠가 다르다 보니, IQ가 높은 청소년일수록 진보성향이 강한 어른이 된다고 한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실증적 연구(사바나-IQ 상호작용 가설)가 그것이다. 즉 강한 진보적 정체성을 가진 미국 사람은 강한 보수적 정체성을 가진 시민보다 평균적으로 11점 이상 청소년기의 IQ가 높은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는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새로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데 필요한 사고방식과 행동 방식을 더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생각의 길/2013)
◘ Text image/Rene Magritte(1898~1967/벨기에/초현실주의 화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