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상식의 파노라마-2

乘風破浪 2020. 4. 12. 10:39

 

# 5. "모든 것은 지능지수가 좌우한다. 대학에 들어가 성공할지 못할지, 실업자가 될지 백만장자가 될지, 성공한 결혼을 할지 못할지도 마찬가지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사회 불평등/가난/결핍 때문이 아니라, 지적능력 신장 혜택을 적게 받은 안 좋은 동네에 살기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으로 생겨난 평등이라는 도착적 이상도 국가에는 독이 된다."

 

비상식적 궤변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 이론은,

1) 신자유주의*로 불평등과 빈부격차가 심화되어 사회통제가 어려워지자,

2) 1984년, 앤서니 피셔(영국 대쳐 총리의 상담역 역임)와 윌리엄 케이시(미 CIA 국장 역임)가 설립한 맨해튼연구소(우익 싱크탱크)가,

3) 실업자나 다름없었던 정치학자 촬스 머레이를 스카우트하고 지원해서 얻은 것(그의 저서 <지반상실>, <종횡곡선>)으로,

4) 일종의 무관용 정책인 형사적 처벌강화 정책을 위한 배경 이론이다.

 

이 엉터리 배경이론에 의해 이루어진 정책의 해악은 실로 엄청났다.

1) 맨해튼연구소가 연간 5백만 달러를 들여, 이 이론을 언론과 학술지에 대대적으로 선전해 대자,

2) 뉴욕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는 연구물 중 하나인 ‘깨진 유리창 이론’을 신봉하는 윌리엄 브레튼 경찰청장과 함께, 뉴욕 빈민을 상대로 무관용 정책을 펴 언론의 환영을 받았고,

3) 급기야는 이 정책이 영국을 거쳐 유럽으로까지 무섭게 퍼져나갔다.

4) 미국은 그 결과 감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감옥의 민영화 특수를 누린 한편,

5) 공식 빈민수는 3천 5백만 명에 이르게 되었고,

6) 18세 이상의 흑인 1/3이 징역/판결대기/보호감찰요원의 감시 대상이 되었는데,

7) 이 비율은 대도시인 경우 1/2을 넘었고, 흑인 게토 한복판은 80%를 상회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나는 읽는다>/문정우/시사IN북/2013/141~3쪽)

 

그런데도 현실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공공 의료보험 체계의 부실로 돈 없는 코로나19 환자가 죽어 나가는데도, 의료보험 개선을 주장한 버니 샌더스는 후보서 물러나고, 신자유주의 쪽 트럼프의 기세는 등등하니 말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마스크나 생필품 사재기와 함께 총기 사재기도 늘어난다니 말이다. 이는 전적으로 정치적 프로파간다에 세뇌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보수우파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외쳐대는 ‘법질서 확립/국가안보/위기/평등이념의 일시적 유보’등을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으니 말이다.

 

# 6.수 십 명의 무고한 사람 목숨을 빼앗고, 수많은 은행을 털고, 어느 지역의 식수에 독약을 풀고, 심지어 전쟁까지 일으킨 남자가 있었다. 그러나 생애 마지막 순간 그는 자신이 저지른 모든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받아들임’으로써, 천국행이라는 보장을 받고 죽었다. 반면,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쳐 헌신적으로 자선사업을 하고, 전 세계의 불우한 어린이들을 성심성의껏 도운 여자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초자연적 권능을 지닌 신(하느님/예수)을 몰랐다. 그래서 기독교 교리에 따라 지옥의 불구덩이에 빠져 영원히 타오르게 되었다(데이비드 밀스).”

 

한마디로 비상식의 끝장 판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묵시록의‘144,000’이라는 숫자와 함께 떠오르는 데자뷔가 있다.

“개개인의 구원은 인간의 행위나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은 영원 전부터 사람들이 신앙·사랑·공적 등을 갖든 갖지 못하든 구원할 사람과 멸망시킬 사람을 결정해놓았다. 그 예정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된 수단이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다.”라는 프로테스탄트 종교개혁가 장 칼뱅(그리스도교 강요/1536)의 궤변과,

 

“저들(문재인정권)은 인민공화국으로 가려고 한다. 한국교회 외에는 나라를 살릴 단체가 없다. 교회만이 할 수 있다. 대대적인 영적 싸움을 위해 2019년 10월 25일 오후 3시까지 광화문광장에 모여 달라. 광장에 안 나오는 분들은 생명책(구원 받을 자의 이름과 의인의 행위가 적혀 있는 하늘의 책)에서 이름 지우겠다.”는 전광훈 목사의 열변이다.

 

그러다 보니, 1)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칼 마르크스), 2) 종교는 환상이다(지그문트 프로이트), 3) 역사에 기록된 가장 가증스럽고 잔혹한 범죄들은 종교나 그에 버금가는 고상한 동기들의 비호아래 저질러진 것이다(마하트마 간디), 4) 기독교라는 종교체계는 상식에 대한 모독이다(토머스 패인)라는 말들이 나온 건 아닌지……

 

# 7. 한 기자가 아버지 부시(41대 미국대통령/George Bush)에게 “무신론자인 미국인들도 동등한 시민권과 애국심을 지닌다는 것을 인정합니까?”라고 묻자, 부시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아니오. 나는 무신론자들을 시민으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들을 애국자로 봐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이곳은 신이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부전자전이라든가. 아들 부시(43대 대통령)도 ‘이라크를 공격하라는 신의 소리를 들었다’며, 침략을 정당화하지 않았던가.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은 ‘도덕적 행위’와 ‘기독교적 행위’는 동의어기 때문에 서로 맞바꾸어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독교적 행위’는 당연히 ‘도덕적 행위’라고 생각하고, 나아가 ‘부도덕적한 행위’는 반드시 ‘반 기독교적 행위’라고 생각한다(데이비드 밀스)고 한다. 하긴 믿음이라는 게, 논리가 근거 없이 비약하는 현상이긴 하지만……

 

그 연장선에서 정치색채를 잘 드러내는 팻 로버트슨이나 빌리 그레이엄 등TV 연설/선동(?) 전도사들은, ‘도덕적 행위’를 극우/보수의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긴 ‘이를 위해 죽은 사람들은 모두 낙원에 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었다지만……

하긴 우리의 대통령이었던 이명박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하느님에게 봉헌한다’고 했었지만……

 

* 신자유주의(Neoliberalism/新自由主義)는 국가의 개입으로부터 시장을 자유화하고 시민사회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이 가능한 시장 자체의 자연적인 움직임에 따라 조절 및 해결되도록 하는 경제이론이다. 즉 국가가 경제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자유로운 시장을 통해 국가의 부를 확대시켜 사회적 복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19세기 고전적 자유주의 노선을 이어받아 1970년대에 등장한 이론이다. 이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튼 프리드만과 같은 자유시장 경제학자와 로버트 노직과 같은 학자들에 의해 발전했다. 영국의 대처리즘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가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다. 주요 내용은 비효율적 국영기업의 민영화, 복지예산의 축소, 최소의 정부, 노동의 유연성 확보 등이다. 그 결과 사회 불평등/빈부격차가 심화되어 사회통제가 어려워지자, 복지의 확대보다 형벌을 강화하는 무관용 정책을 폈다.

◘ Text image/Rene Magritte(1898~1967/벨기에/초현실주의 화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