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모든 진리는 거짓이다(?)

乘風破浪 2022. 3. 20. 15:28

어리석게도 나이 80에 이르도록 ‘진리가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고 살아왔다. 어려서부터 가정/학교/사회서 진리의 절대성/엄중성/중요성은 접해 왔으면서도, 정작 ‘어떤 것을 진리라고 하는지’는 모르고 살아왔다. 막연히 ‘참된 도리, 참된 이치나 법칙’ 정도로만 알아왔을 뿐이다. 물론 진리에 대한 외경과 탐구 강박은 받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70대 후반부터 철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공부)  ‘햐, 이런 경우를 진리라고 하는구나!’ 하게 되었다.

소크라테스 이후 2,000여 년간, 서양에서는 진리를 마치 다이아몬드처럼 실존하는 것으로 여긴 나머지 그것을 찾으려고 해 왔다. 즉 우주/자연/존재 등 모든 것을 정확하게 사진 찍듯이 언어로 재현해 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생각(착각)하는 사람이 많긴 하다.

한 예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진리란, ‘신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한 후 선악과로 인한 원죄 그리고 그 대속을 위한 예수 강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진리를 알고 받아들이면 자유로워지고 또 천국에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한 8. 32)”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천국) 올 자가 없느니라.(요한 14, 6)”

하긴 서양서는 종교라는 개념이 18세기에 이르러서야 형성될 정도로 철학/종교/사상이 구별되지 않았긴 하다. 동양서도 서양문화가 들어오기 전까진 종교라 부를 수 있는 현상이 따로 있지 않았긴 하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존재론/인식론/관념론이 재조명되면서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인식(앎)이란 '우주/자연/존재라는 대상이 의식/언어에 의해 재해석되고 의미화 된 개념이고 관념'임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언어를 존재 자체로 착각함으로써 인식의 오류를 범해 온 것이다. 그래서였던가? 니체는 “모든 진리는 거짓이다(재해석 중 하나다).”라 일갈/一喝하지 않았던가.

결국 진리란, <인류공통의 의미체계인 언어를 그 언어의 규칙에 따라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반응하고 지각하게 되는 사물에 적용했을 경우>다. 달리 말하면, ‘모든 사람이 다 같이 반응/지각하는 사물을 언어로 진술한 것’ 또는, ‘한 언어가 어떤 대상에 대해서 그 언어가 사용하는 공동체가 갖고 있는 약속을 어기지 않고 올바르게 사용한 경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사람은 사물을 인식할 때 다 같은 관점에서 같은 형태로 하고, 사고 또한 같은 법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이라는 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진 의식구조 때문이다. 이에 대해,

1) 철학자 칸트는 ‘인간에겐 보편적으로 똑 같은 선험적 범주가 주어졌다’라 했고,

2) 사회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모든 인간의 근본적 사고력(의식)은 같다’고 했는가 하면,

3) 변형생성문법 창시자 놈 촘스키는 ‘모든 언어(의식)는 근본적으로 공통적/보편적 법칙에 의해 조직되었다’라 하기도 했다.

따라서 진리가 위와 같은 경우를 이르는 것임을 명징하게 이해할 때, 진리의 절대성(?)이 주는 강박이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의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