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파노라마 - 3
자본을 주된(主) 옳음(義)으로 하는 나라란, 모든 게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나라일 터이고, 자본가에게 모든 게 유리한 나라라는 뜻일 것이다. 대표적인 나라로 흔히들 미국을 꼽는데, 우리나라엔 이런 미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미국을 좋아하는 사람 수는 자본가보다 서민/노동자의 수가 월등히 많다. 태극기부대 시위 때마다 성조기가 함께 휘날리는 것이 그 증좌가 아닌가 싶다. 이들은 미국의 자본주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좋아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어 미국 자본주의의 일단을 살펴 봤다.
그 결과 미국은 자본주의의 천국(?)이긴 하지만, 그 그늘 또한 깊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의 대외 정책도 모두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디테일 곳곳에 자본주의의 악마가 숨어 있는 것도 일 수 있었다.
◘ 11. 미국은 남북전쟁(1861∼5)으로, 전사 62만 명(당시 미국 인구 약 3,000만 명), 남부 민간인 수만 명 사망, 부상 장애인 수십만 명 발생, 막대한 전쟁비용 지출, 40% 가까운 국가 경제의 파괴라는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그러나 그 대가로 링컨은 북부 산업자본가의 팽창을 불러와 막강한 산업화의 기틀을 다졌다.
그런 그도 대통령이 되기 전엔 자본주의의 폐해를 이렇게 말했다.
“자본가들은 민중을 수탈하는 일에는 대체로 사이좋게 서로 협력합니다. 그러다 자기네끼리 다툼이 벌어지면 국민의 돈으로 분쟁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합니다(1837년).”
“좋을 것들 대부분은 노동으로 생산되는 만큼, 당연히 그 모두는 노동을 통해 그것을 생산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노동하고, 다른 사람들은 노동 없이 그 결실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이 세계 모든 시대에 벌어졌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고, 계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좋은 정부라면 각각의 노동자에게 그 노동의 산물을 전부 또는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을 가치 있는 목표로 삼을 것입니다(1847년).”
◘ 12. 아이젠하워도 대통령직을 물러나면서(1961. 1. 17) 이렇게 말했다.
“방대한 군사체제와 대규모 무기산업 간의 결합(군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이 말을 처음 씀)’은 미국인들이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현상입니다. 정치, 경제, 그리고 정신 영역에까지 침투한 그것의 전면적인 영향력은 모든 도시, 주정부, 연방정부 사무실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군산복합체가 그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갖게 될 부당한 영향력을 경계해야 합니다. 잘못된 힘이 재앙적인 모습으로 등장할 가능성은 이미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는 군산복합체의 권력이 우리의 자유나 민주적 절차를 위협하는 걸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이를 당연하게 여겨선 안 됩니다. 깨어 있고 지식을 갖춘 시민들이 평화적 방법과 목표로 이 군산복합체를 통제할 때에 비로소 국가안보와 자유가 함께 번영할 것입니다.”
◘ 13. 미국은 대외정책을 펼 때면 어김없이 평화, 자유, 민주주의, 인권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은 반대기 일쑤다. 해병 장군 스메들리 버틀러가 1931년 미국재향군인회서 한 말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나는 월스트리트를 위해 일한 깡패였다. 1) 1903년에는 온두라스를 미국 과일회사를 위해 바로잡아 주었고, 2) 1914년 멕시코를(탐피코를) 미국 석유이권에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고, 3) 아이티와 쿠바를 내셔널시티은행이 돈벌이를 하는데 아무 문제없도록 해 주었고, 4) 1909∼16년에는 국제금융공사 브라운브라더스를 위해 니카라과를 청소했고, 5) 1916년에는 미국의 설탕업계를 위해 도미니크공화국을 개화(점령)시켰다.”
1935년 펴낸 <전쟁은 사기다>라는 책에서는 또 이렇게 말했다.
“전쟁은 사기다. 언제나 그랬다. 전쟁은 아마 가장 오래된 사기일 것이다. 또 쉽게 가장 큰 이득을 남길 수 있는 사기이며, 확실히 가장 사악한 사기이기도 하다. 규모로 보면 독보적인 국제적 사기다. 이득을 달러로 계산하고 손실은 인명으로 계산하는 유일한 사기이기도 하다. ……세계대전에서는 소수에 불과한 사람들이 이득을 챙겼다. 이 때 미국에는 적어도 2만 1,000명의 새로운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생겨났다.” 전쟁이 자본주의 보고(?)라는 것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 14. 미국은 교도소 수감자 수가 많기로 세계 으뜸이다. 미국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1년 말 수감자가 2,239,800명이었다. 이는 성인 107명 중 1명(흑인은 14명 중 1명)꼴이다. 이 이면에 미국 자본주의의 치부(?)인 ‘범산(犯産) 복합체(prison industrial complex)’인 민영교도소가 있다.
이 업체는 정부로부터 수감자 1명당 연간 25,000∼40,000달러의 비용을 받아 운영한다. 따라서 수감자가 많아야 수입도 는다. 예를 들면 민영교도소 1위 업체인 CCA(Corrections Corporation of America)는 2011년 17억 달러, 2위 업체는 16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수감자를 늘리는 방안을 여러모로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면,
1) 2008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청소년들에게 강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판사들에게 260만 달러 제공,
2) 흑인재소자를 늘리기 위해, 흑인이 많이 쓰는 크랙 코카인과 백인이 많이 쓰는 파우더 코카인에 대한 형량 차이(100대 1) 늘리기(2010년 오바마가 18대 1로 줄임),
3) 학교서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곧장 교도소로 보내는 ‘학교 교도소 파이프라인(school-to-prison pipeline)’ 시행,
4) 보수당의 집권에 유리하도록 하층민인 투옥 범죄자에게 투표권 주지 않기,
5) 보험이 필요 없고, 파업도 없고, 인건비도 최저인 노동력을 전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상의 재소 노동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대량투옥 로비,
6) 범죄와의 전쟁’, ‘마약과의 전쟁’등의 선포다.
물론 교도소는 교도(矯導)를 잘해서(?) 출소자의 2/3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고, 40% 이상이 3년 이내에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게도 한다.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해 과밀 수용은 다반사다(캘리포니아 주 33개 교도소의 적정 수용 인원은 8만 명이지만, 2013년 현재 14만여 명이 수용되고 있음).
이런 자본의 논리를 내다 보기나 한 듯 마르크스는 이런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적절한 이윤만 보이면 자본은 아주 용감해진다. 1) 10% 이윤이 보장되면 자본은 어디에도 투자한다. 2) 20%가 보장되면 자본은 활기를 띠고, 3) 50%면 대담무쌍해진다. 4) 100%면 모든 법을 짓밟을 수 있고, 5) 300%면 어떤 위험도 무릅쓰고, 망설일 범죄도 없으며, 자본주는 교수대에 설 위험도 불사한다. 6) 만약 소란/분쟁/전쟁이 이윤만 가져다준다면, 자본은 거리낌 없이 이를 부추길 것이다."
애재라! 罪囚를 矯導하는 것까지도 자본의 논리에 따르고, 이윤을 위해서라면 범죄자를 인위적으로 늘리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미국이라니……
※ panorama:② 수많은 사람과 사연들의 우여곡절이 담긴 연속적인 광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① 반원형 화면에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 넣어 실제의 느낌을 주도록 한 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