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꾀병 한담 - 1

乘風破浪 2019. 1. 29. 15:24

 

큰 도시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의학도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그때 마침 의사인 아버지는 건강 때문에 병원을 얼마 동안 휴업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아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한 3주 동안 쉬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네가 병원 일을 대신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3주간의 휴양을 마치고 아버지가 돌아오자 아들이 신이 나서 말했다.

“아버님께서 여러 해 동안 치료하셨어도 고치지 못한 부인을 제가 단 3일 만에 치료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아들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이 어리석은 녀석아, 그 부인은 육 년 동안 네 학비를 대 준 환자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남은 네 학비를 대 줄 수 있는 환자였다. 그녀의 복통은 사실 병이 아니었다. 내가 쉬고 있는 동안 그녀에겐 손을 대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을 잊었더니 끝내 일을 저지르고 말았구나. 그녀는 부유한 집 마나님으로 복통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계속 도와주고 있었던 거다. 지난 수년 동안 그녀는 나의 가장 큰 돈줄이었다.”

 

미국의 한 의료잡지는 전체 환자의 1/3 정도가 꾀병환자라고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의사가 있다는 것도 꾀나 알려진 사실이라고 한다. 꾀병이란 갈등을 주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거나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에게 생기는 정서질환(emotionally induced illness)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꾀병을 ‘仮病(假病/けびょう/께뵤)’즉 ‘거짓으로 앓는 체 하는 병’이라고도 한다.

 

꾀병에도 나름의 이점(?)은 있다고 한다. 1) 주위 사람의 관심을 끌 수 있고, 2) 배려를 받을 수 있으며, 3) 힘들고 괴로운 일을 모면(회피/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1) 아이들은 학교/학원에 가기 싫을 때 때맞춰 두통이나 복통이 일으키기고 하고, 2) 부부싸움 중 물리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불리해진 부인이 병자역할(sick role)로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보험사가 특정 질병과 관련된 상품을 출시하면, 그 방면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사람 몸은, 1) 콧물은 호흡기 점막의 감기 바이러스를 씻어내고, 2) 기침은 기관지 안의 바이러스를 날려 보내고, 3) 열은 체내의 염증들을 소독해 자연 치유력을 발휘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4) 또 몸이 붓는 것은 염증을 몰아내기 위해 조직액이 한 곳에 모인 것(붓는 현상)이고, 5) 통증은 질병에 대한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기도 하다. 이렇게 사람 몸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몸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뛰어난 유기체다.

 

그런데도 의과대학에서는, 의사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수입 감소 때문인지, 자연 치유력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고(?), 질병의 진단과 치료법만 열심히 가르친다고 한다. 더욱이 학생들은 IC칩 같은 두뇌로 빨리 외워서 시험성적을 올리는데 치중하다 보니, 회의/의문/통찰하는 능력이나, 선악/도리/윤리에 관한 의식도 갖추지 못한다고 한다.

 

병원은 또 예방이 최상이라면서도 서둘러 진단하고 투약/시술함으로써 몸의 치유기회를 빼앗기도 한다고 한다. 미국 의학연구소(The Institute of Medicine) 발표에 의하면, 매년 44,000명에서 98,000명의 환자가 그런 잘못된 시술로 사망한다고 한다(의료사고·안전/공적 책임/로버트 레플러 저). 즉 대부분 의료행위는 영업논리에 따라 행해진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뜻있는 의사들은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1) 병을 저절로 낫게 해 주는 것은 없다. 2) 약이나 수술로 치유작용을 일으킬 수도 없다. 3) 오로지 몸에 축적한 힘과 저항력만이 병을 이길 수 있다. 4) 치료의 시작은 병을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다. 5) 근본적인 치유는 적당한 일과 운동, 절제와 섭생, 긍정적 마인드와 생활습관에서 온다.”고.

 

그나저나 요즘 우리사회엔 이런 고약한 병을 앓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하니……

한 의사가 값비싼 옷으로 치장한 여자 환자를 검진하면서 말했다.

“몸에는 이상이 없는데요.”

환자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왜 이렇게 기분이 엉망일까요? 커다란 새집을 장만하고 차도 최신형으로 사고 새 옷장도 구했어요. 직장에서는 봉급도 크게 올랐고요. 그런데도 아무런 흥이 나지 않고 오히려 비참한 생각이 들어요. 도움이 될 만한 약이 없을까요?”

의사가 고개를 가로젓자 환자가 깜짝 놀라 말했다.

“무슨 병인데요?”

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어플루엔자(Affluenza=Affluent+Influenza)라는 신종 유행병입니다.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가지기 위한 과중한 업무, 부채, 근심, 불안, 낭비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