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장주(莊周), 나는 꿈에서 나비가 되어 이리저리 날아다니니 어디로 보나 나비다. 나는 나비인 줄로만 알고 기뻐했고, 내가 장주인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곧 나는 깨어났고, 틀림없이 다시 내가 되었다. 지금 나는 사람으로서의 나비였을 꿈을 꾸었는지, 내가 나비인데 사람이라고 꿈을 꾸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호접몽/胡蝶夢’으로 불리는 이 일화는 '삶이 일장춘몽 같다'고 할 때나, '자신과 외물/外物*이 본디는 하나였으나 현실에서 갈라진 것에 불과하다'는 등을 얘기할 때 곧잘 차용된다.
과연 꿈과 현실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실제 체험이나 꿈 모두, 지난 후엔 기억으로만 남을 뿐 실체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이 기억은 현재와 미래의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 정신분석학에서도 의식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지 않던가?
이런 맥락에서 꿈과 현실을 동일 선상에 놓고, 삶도 하나의 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면 한결 수월해지지 않을까? 아래 일화를 떠올려 보면서……
한 사냥꾼이 꿈속에서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는 으르렁거리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사냥꾼은 재빨리 총을 잡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총알이 없었다. 호랑이가 무서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꼼짝없이 잡혀 먹힐 판이었다. 그래서 사냥꾼은 그만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자 한 가지 이상한 느낌이 왔다.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노력만 하면 이 무서운 꿈에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냥꾼은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자신의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꼬집었다. 그러자 호랑이는 사라져 버렸다. 숲 속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는 침대에서 잠을 깬 것이다. 분명히 꿈이었다. 이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것을 안 사냥꾼은 웃음을 터트렸다.
"어디 갔지? 도대체 그 호랑이는 어디로 숨어버렸지?"
혼자서 이렇게 중얼거리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이것이 꿈이라니……"
사냥꾼은 감사한 마음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차를 마시기 위해 창밖으로 나와 안락의자에 앉았다. 파이프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러자 다시 졸음이 왔다.
"아…… 다시 잠이나 잘까?"
그는 길게 하품을 하며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포효소리가 들렸다.
"또 내가 잠들어 꿈을 꾸는 건가……"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떴다. 그런데 눈앞에는 집채만 한 호랑이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사냥꾼은 고함을 질렀다.
"꺼져버려! 또 호랑이냐? 조금 전에도 꿈에서 너를 봤는데 또 너냐?"
호랑이는 계속 으르렁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냥꾼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호령했다.
"난 절대 너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이다! 너는 꿈일 뿐이야. 내 꿈속의 환영일 뿐이야."
그리고 호랑이에게 다가가 뺨을 힘껏 후려쳤다.
"나 원 참, 별 희한한 사람 다 있군. 사람들은 나를 보면 혼이 빠지라고 도망치는데……"
호랑이는 기가 차서 그냥 돌아가 버렸다.
호랑이가 가 버리고 나자 사냥꾼은 지금 그 호랑이가 꿈속의 호랑이가 아니라 실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깨어있었기 때문이다.
* 마음에 접촉되는 객관적 세계의 모든 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