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긴장은 풀어야만 한다(?)

乘風破浪 2019. 9. 15. 17:54

 

‘긴장은 풀어야만 한다! / You Must Relax!’는 말이 있다. 책 제목에도 있다. 우리는 이런 말을 접하면 으래 ‘그럼, 긴장은 풀어야 하는 것이지…’라고 생각한다. 과연 옳은 말일까?

 

풀림이란 무위(無爲/아무 일도 하지 않음)의 상태다. 따라서 긴장을 풀기 위해서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반면 필요를 위해 ‘해야 한다’거나, 의무 때문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건 당위(當爲/마땅히 해야 하거나 되어야 할 것)다. 따라서 팔의 긴장을 풀려고 하거나, 마음의 긴장을 풀려고 하는 것은 무위가 아니라 당위다. 이런 당위는 풀림이 아니라 긴장일 뿐이다. 이는 미친 사람에게 ‘정신은 온전해야 한다’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런데도 이런 식의 말이나 책 제목에 길들여진 우리는 그냥 ‘긴장을 풀려고 애씀’으로써 오히려 긴장을 자초하기도 한다.

긴장(緊張)이란 ‘마음을 늦추지 않고 정신을 바짝 차리는 것’이다. 스트레스(stress)는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조건에 처할 때 느끼는 심리적/신체적 긴장 상태’다.

 

따라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로가 오고 유연성이나 창의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시험을 앞둔 사람에겐 ‘긴장을 풀라’고 하고, 중요한 일을 앞둔 사람에게는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한다.

 

살다 보면 긴장이나 스트레스도 필요할 때가 있기는 하다. 위험한 일을 할 때는 그에 맞춰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긴장이나 스트레스는 우울증이나 불안 그리고 온갖 병을 불러오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것은 그냥 내려놓으면(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must)’고?

 

여기서 관련 일화 하나가 떠 오른다.

토끼는 지네가 많은 다리를 조정하면서 기어가는 것이 궁금해서 물었다.

“아저씨, 저는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아저씨는 그 많은 다리를 어떻게 조정합니까? 만일 내가 아저씨처럼 많은 다리를 가졌다면 결코 기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네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듣고 보니 그런 것 같소. 그나저나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한번 해 봐야겠소.”

지네는 생각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움직여야 할 다리는 어느 것이고, 두 번째로 움직여야 할 다리는 어느 것이며, 세 번째는, 네 번째는……

지네는 계속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다리를 쳐다보았다. 그 많은 다리를……

이윽고 지네는 혼란에 빠져 털썩 주저앉고는 더 이상 걷지를 못했다.

Text image/지네의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