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봐야 정신 차린다’는 말이 있다.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도무지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을 일러 곧잘 쓰는 말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처럼 인간의 성정을 잘 말해 주는 말도 없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신 줄을 꽉 잡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종래 타성으로 돌아가기 일쑤기 때문이다.
이를 실증이라도 하는듯한 얘기가 있다. 호주의 브로니 웨어가 쓴 책에 나오는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가장 크게 후회하는 것 5가지’다.
브로니 웨어는 학교 졸업 후 은행에 근무했다. 그러던 중 은행 일에 회의를 느껴 일을 그만두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영국 체류 중 생활비 때문에 노인의 병간호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귀국 후에도 그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뛰어난 붙임성으로 노인들을 편하게 대해 주자, 죽음을 앞둔 그들이 자신들의 후회를 줄줄이 얘기해 주더란다.
그는 들은 얘기들을 정리했다. 그랬더니 후회의 내용이 아래 5가지에 몰려 있었다. 그래서 그 5가지에 얽힌 얘기를 곁들여 책*으로 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5가지 후회인즉슨,
1)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다.
(내가 살고 싶은 삶 대신 주변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살았다)
2)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일을 핑계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못 가졌다. 그리고 어느 날 돌아보니 애들은 다 커 버렸고 배우자와는 서먹해져 있었다)
3)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내 속을 털어놓을 용기가 없어서 그때그때의 감정을 꾹꾹 누르며 살다가 병이 나기도 했다)
4) 친구와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 친구를 한 번이라도 더 만나 볼 걸…)
5) 행복을 선택하지 못했다.
(훨씬 더 행복한 삶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변화의 공포 때문에 그걸 못했고, 튀면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남과 같이 살아왔다)는 것이다
반면 ‘돈을 더 많이 벌었어야 했는데… / 궁궐 같은 집에서 살아 봤어야 했는데… / 고급 차를 타 봤어야 했는데… / 애들을 더 엄하게 키웠어야 했는데…’같은 후회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얼핏 보면 그리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아주 인간적인 후회임을 알 수 있다. 또 막상 실천해 보려고 하면 잘 안 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하긴 우리들도 상가(喪家)에 다녀온 후 며칠, 몇 주간은 이런 생각들을 해 보다가도, 어느새 그걸 잊고 타성에 젖어 살아오지 않든가……
◘ Text image/원암 장영주의 수채화
*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브로니 웨어/피플트리/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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