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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逆說 ≤ 定說 - 6

 

# 15. “세상의 남편들은 하루 서너 차례씩 자기 아내에게 ‘당신을 사랑해, 여보! 당신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거야. 당신이 없는 인생은 생각조차 할 수 없어.’라고 해야 한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데일 카네기의 <친구를 만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법>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 심리학자가 2년 여간 5,000여 커플의 사랑을 관찰/연구한 결과, 뜨거운 사랑의 유효기간은 18~30개월 정도라는데, 멀쩡한(?) 정신 가지고 매일 서너 차례씩 ‘사랑해’를 반복하라고?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커플이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 했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필요나 관습이나 익숙함 또는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대안부재 때문에 헤어지지 못하고 그냥저냥 살지 않던가. 이런 넋두리를 내뱉기도 하면서.

“이 여자가 내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 이 남자가 나를 감옥에 가두고 있다.”

 

# 16. 사람들은 절간에 가서 빈다. 교회에 가서 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빈다. 불교 경전에는 빌면 이루어진다는 가르침이 없지만, 기독교 경전*에는 있다. 그런데 니체는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지면, 그대들은 가장 지독한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다스 왕의 처지가 된다는 얘기다.

그래도 비는 일은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옛 현인들은 지극히 상식적인 삶의 이치를 마치 극약처방이라도 되는 양 이렇게 역설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삶의 진정한 의미는,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데 있다.”

*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막 11/24).

 

# 17. “나는 가장 이상한 현상을 목격하였다. 그곳에서는 수 천 명의 유태인이 사상 유례가 없는 박해와 모욕을 당하고 있었다. 입고 있던 옷을 모두 압수당하고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이 벌거벗은 채 일렬로 서서 몇 시간씩이나 검사를 받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여전히 웃고 농담을 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서로에게 농담을 건넸다.”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증언의 하나다.

그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고통을 받아왔기 때문에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려 고 했다는 것이다. 마치 뚱뚱한 사람이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이 웃고 행복해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니체가 이런 말을 했던가?

“나는 나 자신이 웃지 않고 울기 시작할까봐, 그것이 겁이 나서 웃는다. 내 웃음은 내 눈물을 감추기 위한 전략에 불과하다.”

 

# 18. 여자들은 ‘여성’보다는 ‘숙녀(淑女/lady)’라고 불러주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숙녀란 ‘교양과 예의와 품격을 갖춘 점잖은 여자’를 의미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일설에 의하면 숙녀란, ‘잘 누워있어라/섹스 할 때 가만히 누워있어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남자는 짧은 시간 한 번의 오르가슴을 체험하는 반면 여자는 여러 번 한다. 도달 시간도 남자보다 더디다. 이를 감당키 버거웠던 남자들이 여자에게 ‘죽은 것처럼 조용히 움직이지도 말고, 좋다는 표정도 짓지 말고, 소리도 지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야성은 안 된다’며 숙녀라는 호칭을 만들어 주었다는 얘기다.

남자들은 혹시 남녀가 만나 하나가 되는 황홀한 야성을 두려워했던 건 아닐까? 끼리끼리 둘러앉아 ‘식탁에서는 숙녀, 침대위에서는 창녀(A lady at table, a whore in bed.)’라는 말을 이죽거리면서 말이다. 하긴 시인 바이런은 유럽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이후, 남자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지만.

“성녀와 창녀, 순결과 요염”

◘ Text image/고 신영복 선생의 서예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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