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이런 종교인이 많다고는 하지만……>
한 수도승이 길을 가다가 우물에 빠진 청년을 보게 되었다. 그 우물가엔 난간이 없었다. 청년은 즉시 살려달라고 고함을 쳤다.
“살려 주십시오. 어서 저 좀 꺼내 주십시오. 저는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러자 수도승이 말했다.
“내 말 잘 들으시오. 부처님께서는 태어나는 것도 고통이요, 사는 것도 고통이요, 죽는 것도 고통이라고 말씀하셨소. 그러니 우물에 빠져 고통을 받는 것이나 다른 곳에서 고통을 받는 것이나 다를 바가 뭐겠소? 그러니 현실을 받아들이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받아들이는 가운데 얻는 것이 있다’고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청년은 다시 애원하였다.
“당신의 설교는 다음에 듣기로 하고요. 우선 나를 꺼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이 하는 설교를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제발 먼저 꺼내 주기나 하십시오. 지금은 당신의 그 위대한 설교를 들을 때가 아니잖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다른 사람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의 일에 끼어들 수 없습니다. 당신이 겪는 고통은 당신이 과거에 쌓은 업보 때문입니다. 우물가에 난간이 없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른 많은 사람이 여기를 지나갔지만, 우물에 빠지지 않았잖습니까? 아마도 당신은 전생에 다른 사람을 밀어 우물에 빠뜨린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지금 그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그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을 꺼내 준다 해도 당신은 또 어느 땐가 다른 곳에 빠져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잘 전달했다고 생각한 수도승은 조용히 자기 갈 길을 재촉했다.
그때 한 유학자가 우물가를 지나고 있었다. 그가 우물 속을 들여다보자, 청년은 간절히 호소했다.
“제발 저 좀 꺼내 주십시오. 선생. 안 그러면 저는 죽습니다. 저는 더는 버틸 힘이 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이 세상에 혁명을 일으키겠소. 그래서 나라에 압력을 넣어 모든 우물가에 돌 벽을 쌓도록 하겠소.”
“지금 그 말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게 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 아닙니까? 그 전에 저는 죽는단 말입니다.”
그러자 이번엔 유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이 문제는 당신 개인의 문제가 아니오. 사회 문제란 말이오. 사람들은 이 세상에 왔다가 다시 가 버리지만, 사회는 남아 있소. 그러니 사회 자체를 개혁하는 일이 더 급한 일이오. 모든 우물엔 돌 벽이 있어야 하오.”
이윽고 유학자는 우물을 떠나 높은 장소에 올라가 사람들을 모은 다음 이렇게 외쳤다.
“혁명이 필요합니다. 모든 우물에는 돌 벽이 있어야 합니다.”
이어서 한 기독교 선교사가 마치 우물에 빠진 사람을 찾고 있었던 듯이 그 우물에 왔다. 그는 안을 들여다보고는, ‘저런…… 됐다. 나는 저런 사람을 찾고 있지 않았던가. 누군가를 도와주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중얼거리며, 등에 짊어지고 다니던 밧줄을 꺼냈다. 그는 모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예수님이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이윽고 그는 밧줄을 던져 그를 꺼내 주었다. 청년은 너무도 기뻐 선교사 발에 엎드려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종교인이십니다. 수도승도 왔었는데 그는 설교만 했고, 유학자도 왔다가 혁명만 외치다 가 버렸습니다. 저기 보십시오. 유학자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사회개혁과 법 개정만 외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진정으로 종교적인 사람은 당신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오지 않았다면 저는 죽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왜 어깨에 밧줄을 메고 다니십니까? 이상합니다.”
선교사는 좋은 일을 했다는 듯 거들먹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항상 밧줄을 가지고 다니지요. 밧줄 말고도 많은 것을 가지고 다닙니다. 나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자 청년이 다시 말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당신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당신이 나를 구해 주었으니 당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것 한 가지만 하면 됩니다. 당신 자식들도 우물에 빠지라고 가르치십시오. 그래야만 제가 천국(신)에 갈 수 있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우물에 빠지지 않는다면 아니, 유학자 말대로 모든 우물에 난간이 세워진다면 제가 사람들을 도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수도승의 말대로 모든 사람이 고통을 받아들이게 되면 그들은 나의 도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계속해서 우물에 빠져달라는 겁니다. 당신 자식들에게 그렇게 가르쳐 주십시오.”
◘ Text image/서양 중세 수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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