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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메멘토 모리 - 2

 

죽음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삶을 그치는 것이고, 육체가 원자로 환원되어 다른 형태로 변하는 것일 뿐이다 즉 자연 순환 과정의 일부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 사람은 이렇다는 둥 사람은 저렇다는 둥 갖가지 말을 하지만 모두가 참은 아니다. 왜? 지금껏 죽어 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피할 수 없는 것을 피하려 할 때 삶이 어려워지고 힘들어진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피할 수 없는 것은 즐기는 게 최선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도 죽음은 피하려고 한다. 두려움 때문이다. 물론 이 두려움은 우리가 학습해 온 죽음에 대한 개념 때문일 것이다. 몇몇 종교서 말하는 지옥이나 연옥이 대표적 예일 것이다. 따라서 아래 얘기들은 한 번 쯤 새겨볼만한 게 아닐까.

 

# 1. 소크라테스는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자 황홀해했다. 제자들은 그가 왜 그렇게 황홀해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선생님 어찌하여 그리도 황홀해 하십니까? 저희는 이렇게 울면서 비탄에 빠져 있는데요.” 소크라테스가 대답했다.

“나는 삶이 무엇인지 충분히 체험했다. 그러니 이젠 죽음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나는 지금 커다란 신비의 문 앞에 서 있다. 그래서 흥분으로 가슴이 떨린다. 나는 미지의 세계로 위대한 여행을 떠나려 하고 있다. 그래서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더 기다리지 못할 지경이다.”

“그럼 죽은 뒤에도 영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모른다.”

“그렇다면 그렇게 행복해 할 수 없는 거 아닙니까? 만약 영혼이 살아남지 않는다면 그때는……”

“자, 만약 내가 살아남는다면 아무런 죽음의 공포는 느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살아남지 않는다면 어떻게 공포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살아남지 않는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어떻게 공포가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공포도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두려워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죽은 후에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것이 내가 설렘으로 가득 차 죽음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이유다.”

 

# 2. “죽음이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익숙해지도록 하게. 왜냐하면, 모든 선과 악은 우리 감각 속에 있는데 죽음이란 이 감각의 부재를 뜻한다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우리는 더 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악 가운데 가장 끔찍한 것인 죽음은 실상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네. 죽음이란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관여하지 않는다네. 산 자에게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은 자에게는 더는 이 세상이 존재하지 않으니까.” (에피쿠로스)

 

# 3. “죽은 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나쁘다면 태어나기 전에 내가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기분 나빠야 할 것이다. 태어나지 않아 존재하지 않았던 상태에 대해 기분 나쁠 수는 없으므로, 죽은 뒤에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기분 나빠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루크레티우스)

 

# 4.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의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그러나 좀 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조금 좁혀 내가 사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기 위해 자리에 누워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나를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가족들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내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도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이 세상까지도 변화시켰을지?” (영국 웨스트민스터 성당 지하묘지에 있는 어느 성공회 주교의 묘비명)

◘ Text image/소크라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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