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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명절 덕담 단상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빌어주는 말을 덕담/德談이라고 한다는데……

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런 덕담을 했다.

“나는 머지않아 죽어서 땅속에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는 이곳에 남아 있을 것이다. 나는 네 삶 속에서 살면 된다. 그러니 한 가지 당부한다.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반드시 이루어 줘야 한다. 그래야 나는 행복해 질 수 있다. 그걸 이루어 주는 것은 내게 진 빚을 갚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너는 나를 배반하는 것이다. 나는 많은 경험을 해 와서 세상을 잘 안다. 너는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나는 돈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도 잘 안다. 시(詩)는 절대로 너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시인이 되지 말고 정치가가 되어라. 아니면 적어도 의사나 기술자가 되도록 해라.”

 

또 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런 덕담을 했다.

“좋다. 나의 축복을 받고 떠나 너의 꿈을 펼쳐라. 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어라. 나는 너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경험은 나의 경험일 뿐 너는 내가 아니다. 너는 나를 통해서 이 세상에 왔을 뿐 나와는 다른 존재다. 그러니 나를 닮으려 하지 마라. 나는 나의 삶을 살아왔으니 너는 너의 삶을 살아라. 나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경험으로 네게 짐을 지우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이루지 못한 욕망으로 네게 짐을 지우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너를 지키고 도와줄 것이니 원하는 대로 마음껏 해라. 나의 축복과 도움 아래서 말이다.”

 

여기서 정신과 의사 정혜신이 30여 년간, 12,000여 명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썼다는 <당신이 옳다/해냄/2018>에 나오는 얘기 하나를 떠올려 봤다.

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말 대부분이 충/조/평/판(忠告/助言/評價/判斷)인데, 이 말의 기저에는

1) 나는 있고 너는 없다,

2) 나는 알지만 너는 모른다,

3)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4) 나는 깨달았지만 너는 어리석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충/조/평/판은 자식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파괴할 뿐 아니라, 자식의 생각도 바꿀 수 없다.

따라서 부모는 허벅지에 십자수를 놓는 인내심으로 '충/조/평/판'을 하지 말아야 한다.

 

Text image/인간주의적 상담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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