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 종교관련 통계사이트 어드히런츠닷컴(adherents.com)은
북한 `‘주체(Juche)사상’이 추종자 수로 볼 때, 세계 10대종교에 해당된다고 한 적이 있다.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 도교, 불교, 원시토착신앙으로서의 애니미즘, 아프리카 전통신앙, 시크교와 함께 ‘주체사상’을 종교에 포함시킨 것이다.
과연 북한 주체사상을 종교라 할 수 있을까?
신봉자가 1,900만 명(명확한 근거도 없지만)이라 10대 종교에 든다고 한 걸까?
종교가 과연 무엇이기에 그러는 걸까? 우리는 종교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걸까?
서양은 종교라는 단어를 18세기 들어서야 겨우 쓴 거 아닌가.
혹시 이런 통계로 북한을 ‘원시부족 같은 나라, 미개한 나라, 지옥 같은 나라, 상종도 못할 나라, 무조건 타도해야할 나라’로 치부하는 건 아닐까,
하긴 미국과 우리나라엔 북한을 악마로 만들어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이익을 취하는 세력이 있긴 하지만.
종교에 대해 얘기를 하려면 종교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막상 종교에 대한 규정이나 정의를 살펴보면 의외로 제각각일뿐 아니라 어렵고 모호하다. 하긴 종교를 인정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의 견해가 다르니 그렇키도 할 것이다. 또 종교마다 자신들 교리가 진리라고 우기니, 그 진리를 제대로 규정하기도 어렵긴 할 것이다.
인간이 '하늘'을 하늘이라는 언어로 의미화/개념화 하기 전까지는, 그것은 그냥 알 수 없는 하나의 감각적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하늘'을 다른 사물과 구별하여 범주화 하고 그 개념을 언어로 나타내자, 비로소 그것이 하늘이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이렇게 모든 사물은 언어로 범주화해야 그 실체(관념)가 드러난다.
정의/定義라는 것도 범주의 규범화에 다름 아니다. 정의도 <그 낱말이 적용될 수 있는 사물이나 사항의 한계에 관한 언어적 약속>뿐이니 말이다.
종교에 대한 개념 규정(規定/어떤 것의 성격/내용/의미를 밝혀 정함)을 살펴 보면,
1) 유물론적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를, 전지/전능/전선적인 유일신을 전제로 해 절대적 이상을 추구하는 인간정신의 산물,
2) 혁명철학자 마르크스는, 소수 지배계급의 억압 속에서 희망 없이 살아야 하는 다수의 피지배계급이 자신들의 고통을 잊기 위해 먹는 관념적 진통제(아편) 같은 것,
3)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사회적으로는 본능을 억압하며 살아야 하고, 종국에는 죽음을 맞아야 하는 운명인데도, 어디에도 도움을 청할 수 없어 노이로제에 걸린 인간이, 초월적 존재의 힘에 기대보려고 만들어낸 하나의 허상,
4) 초인의 철학자 니체는, 강자(지배자)와 약자(피지배자)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다수의 약자들이, 소수의 강자들에게 죄의식과 그에 따른 공포감을 심어주어 고통 받게끔 하기 위해 꾸며낸 관념적 보복의 덫,
5) 사회학자 뒤르켐은, 전지/전능/전선한 신과 그 권위를 전제로 하는 종교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관념적/심리학적 장치의 필요에서 만들어낸 이야기,
6) 신학자 틸리히는, 우주의 신비, 삶의 의미, 영생, 죽음, 내세 등 인간의 궁극적 문제에 대한 관심사,
7) 독일 종교사학자 라이나흐는, 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저해하는 방해물의 총체라고 한 것들이 있다.
물론 이는 종교의 정의가 아니라 규정이긴 하다. 또 종교의 속성이나 특성 중 일부만을 말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종교를 부정하거나 비판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종교에 대한 정의는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그럼 종교에 대한 정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우주의 창조주이자 통솔자로서 인정된 초인간적 힘에 대한 인간의 믿음과 경외의 표현(영어사전),
2) 인간과 성스러운 규범, 생명력, 의의, 그리고 가치와의 관계(7명의 신학자가 쓴 <세계의 종교>),
3) 기쁨, 의미, 소외와 고독으로부터의 탈출 및 (초월적) 타자와의 관계 추구(J. E. 윌슨),
4) 궁극적 관심(틸리히) 등이 있다.
이 또한 위 규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 단편적이고 포괄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현실적/현상적 종교의 내용/형식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제각기 자신들의 교리가 진리라고 한다. 물론 그 진리는 대개 그들의 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통철학에서도 진리는 마치 금덩이를 찾듯이, 발견하는 것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철학이 발전함에 따라 진리가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의미의 규율인 언어를 올바른 규칙에 따라, 지각된 사물에 적용했을 경우>라는 걸 알게 되었다. 즉 진리란 절대적/불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가변적인 것으로, 인간이 삶의 편의를 위해 만든 인류 공통의 최대공약수같은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종교에 대한 정의도 그 단어(종교)에 적용될 수 있는 사물이나 사항의 한계를 충실히 서술해야 할 것이다. 즉 현상적 종교의 교리와 행위 등이 분명하게 서술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이 종교를 부정/비판한 것이나, 단편적/포괄적인 면만을 말한 것들은 결코 바람직한 정의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가장 바람직한 정의는 아래와 같은 게 아닐까. 현실의 종교가 아래와 같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종교의 규정이나 정의도 이에 꿰맞춰 보면 핵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가장 합리적인 종교의 정의는,
1) 초자연적 타계와 그곳에서의 어떤 인격적 존재에 대한 믿음/인식이며,
2) 그 존재들의 힘을 빌려 이상적인 새로운 삶에 대한 소원을 이루기 위한 수단/방법/절차로서의 의식/례 행위(박이문)일 것이다.
◘ Text image/Auguste Rodin(1844~1917/프랑스 조각가)의 Cathedral(대성당)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 수 없어요 (0) | 2020.05.03 |
---|---|
정치 공학(?) (0) | 2020.04.26 |
비상식의 파노라마-2 (0) | 2020.04.12 |
비상식의 파노라마-1 (0) | 2020.04.05 |
정치 雜常 (0) | 2020.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