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출근길 약식 회견서 “국민들은 고물가/고금리/고유가로 고통을 받는데 무슨 대책이 있습니까?”라는 기자 질문에 “그건 세계적인 추세로 뭐 특별한 대책이 있겠습니까?”라고 답했다. 추세가 그러니 뾰족한 대책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 앞에서 이런 ‘체념사諦念辭’를 토해낸다. “세상이 이런 걸 낸 들 어떡하겠어?/세상이 그렇게 생겨 먹은 걸 내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 라고.
세상이란 사전적으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지구’지만, 일반적으로는 ‘지구 공간 속의 존재와 시간 속의 사건을 통틀어 이르는 것’ 이다. 이런 세상을 우리들은 대개,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모든 것(대상)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머리 위 허공도 원래부터 ‘하늘’이었기 때문에 ‘하늘’이라고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태초부터 하늘이었기 때문에 하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고, 인간의 의식에 들어 온 허공을 처음 누군가가 언어로 ‘하늘’이라고 명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이 아는(접하는) 세상은, 인간의 의식이 의미화해서 언어화한 관념일 뿐이다. 물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세상은 인식/해석의 결과이지 실제 자체가 아니다.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일은 결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얼마든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세상은 인간이 만든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존재(세상)를 의미화하고 재해석하고 관념화 한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일은 인간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랏일(세상의 일)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한마디로 ‘인식이 무엇인지, 관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데서 나온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