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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 시 발 노 무 색 기 '

“뭐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뭐 비비케이(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어차피 당선될 이명박을 확실히 밀어주십시오.” (2007년 7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도곡동 땅 실소유주 문제에 대해 이명박이 외친 말)

“2008년 대통령 임기 시작 전 대법원에 소송이 제기됐다면 당선 무효가 될 수 있었다.” (2018년 4월, 이명박을 재판에 넘기면서 검찰이 쓴 공소장)

“피고인(이명박)은 객관적인 물증과 신빙성 있는 관련자들의 진술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행 대부분이 상당히 오래 전에 발생했다는 점에 기대어 이를 모두 부인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죄질이 나빠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2018. 10. 5.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7부 정계선 부장판사 선고문)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런 말을 접할 때면 '시발노무색기始發奴無色旗*’라는 고사가 떠오르니 말이다.

 

 

* 어느 날 복희씨가 다스리던 태백산의 한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래서 복희씨는 그 마을로 향하게 되었는데, 그 마을은 황하의 물이 시작되고 있는 곳이라 하여 시발현(始發縣)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마을에 도착한 복희씨는 전염병을 잠재우기 위해 3일 밤낮을 기도했다. 3일째 되는 밤에 웬 성난 노인이 나타나서 "나는 태백산의 자연신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곡식을 거두고도 자연에 제사를 지내지 않았으니 이를 괘씸히 여겨 벌을 주는 것이다. 나는 집집마다 피를 보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으리라"고 했다. 복희씨는 이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자연신의 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집집마다 동물의 피로 붉게 물들인 깃발을 걸어두십시오"라고 말했다. 그런데 마을 사람 중 한 사람인 현(縣)의 관노(官奴)가 '귀신은 본디 깨끗함을 싫어하니 나는 피를 묻히지 않고 깃발을 걸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며 그대로 시행했다. 그 날 밤 복희씨가 다시 기도를 하는데 자연신이 또 나타나 노여워하며 말하길 "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성을 보여 내가 물러가려 했으나 한 놈이 나를 놀리려 하니 몹시 불경스럽다. 내 전염병을 물리지 않으리라" 했다. 그래서 다음 날부터 그 마을에는 전염병이 더욱 기승을 부려 많은 이가 죽었다. 이에 대해 복희씨는, “이는 시발 마을의 한 노비가 색깔 없는 깃발을 걸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 다음부터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데 혼자서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을 보면, ‘始發奴無色旗’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최동윤/고사성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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