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우주비행사 티토프*에게 수상 흐루쇼프가 물었다.
“거기 하늘서 누구 만나지 않았는가?”
“예,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그러자 흐루쇼프가 말했다.
“그건 나도 이미 알고 있네. 그러나 우리 공화국에선 하느님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되네. 알겠는가.”
그 후 티토프는 러시아 정교회 대주교를 만나게 되었는데, 대주교 또한 흐루쇼프처럼 거기서 누굴 만난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티토프는 흐루쇼프의 명령에 따라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대주교가 이렇게 은밀히 당부했다.
“그건 이미 나도 알고 있네. 그러나 우리 교회에선 하느님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되네. 알겠는가.”
이런 일화를 접할 때면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왜 神의 이름을 하느님이라고 했을까?" 하는 것이다.
인간은 땅에 기대어 생명을 유지하니 ‘땅에 있는 님(땅님)’이라고 해야 이치에 맞을(?) 텐데, 하필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공인 ‘하늘에 있는 님(하느님)’이라고 해서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니(?) 말이다.
기호학의 창시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사고의 전제인 언어(기호/signe)는, ‘청각영상(image acoustique)과 개념(concept)이 합해진 것(청각영상은 시니피앙/signifiant, 개념은 시니피에/signifie로 바꿔 불렀지만)’이라고 한다.
즉 ‘하느님’이라는 언어는 1) haneunim이라는 소리에 의해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인 청각영상과 2) 신(神)이라는 뜻의 개념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기호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하느님’이라는 언어를 접하면 ‘하늘 꼭대기에 앉아서 인간을 굽어보면서 세간사를 일일이 간섭하는 무서운 분’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물론 하느님을 차용한 종교들이 이런 면을 조장하기도 했지만.
그런데 신의 거처(?)인 하늘을 다녀온 우주비행사들이 그 충격으로 이후 인생이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에 이르면 자못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우주로부터의 귀환/다치바나 다카시/청어람미디어/2002>에 의하면, 달에 갔던 우주비행사 24명 중 12명이 달에 착륙 했는데, 이 중 선장은 임무와 책임감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비교적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승무원 6명은 그곳서 얻은 경험과 충격으로 이후 삶이 크게 달라졌다고 하니 말이다.
1) 버즈 앨드린은 정신이상을 일으켰고,
2) 앨런 빈은 오로지 달의 풍경만을 그리는 화가가 되었으며,
3) 에드가 미첼은 ESP능력 연구가가 되었고,
4) 제임스 어윈과 찰스 듀크는 전도사,
5) 헤리슨 슈미트는 상원의원이 되었는데,
이중 에드가 미첼은 항상 지니고 있던 의문인,
“1) 나라는 인간은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 2) 내 존재에 의미와 목적은 있는가? 3) 인간은 지적 동물에 지나지 않는가, 그 이상인가? 4) 우주는 물질의 우연한 집합에 지나지 않는가? 5) 우주와 인간은 창조된 것인가, 아니면 우연의 산물인가? 6) 우리는 앞으로 어디를 가려는 것일까? 7) 모든 것은 다시 우연에 맡겨지는 것인가, 아니면 마스터플랜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가?”라는 것들이, 달에서 의문과 해답이 동시에 순간적으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런 순간적인 진리의 터득(?)은,
1) 종교적 신비체험이나 심리학의 정점체험(peak experience)과 같은 것이었으며,
2) 시적 표현이라 할 ‘신의 얼굴을 손으로 만졌다’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또 제임스 어윈(1971/아폴로 15)은,
1) 달에서 신이 바로 그곳에 있음을 실감한 후, 남은 삶을 신에게 봉사하기로 맹세했고,
2) ‘제네시스 락(genesis rock)’을 주었을 때는 그것을 신의 계시로 느꼈고,
3) 신이 그것을 지구로 가져가도록 그곳에 놓아두었다고 확신했다.
4) 그래서 지구로 돌아와서는 신에게, “저도 여기 있습니다. 어서 가져가세요. 가져가서 당신을 위해 써 주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하늘(우주)에는 천억 여개의 은하계가 있다.
1) 그 중 우리 은하계는 그 한쪽 구석에 있고,
2) 태양은 그 은하계를 구성하는 1,000∼2,000억 개 항성(恒星) 가운데 하나이며,
3) 달은 태양을 둘러싼 9개 행성(行星) 가운데 하나인 지구를 도는 위성(衛星)으로 거리도 38만여Km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달은 하늘의 초입이라 하기에도 민망하다.
그런 곳에 겨우 발을 디디고서, 신을 확신했다느니 진리를 일시에 터득했다느니 하니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런 부질없는(?) 생각도 해 본다.
“혹시 신을 ‘하느님’이라고 명명함으로써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닐까” 하는……
*1961년 소련 우주선 보스토크 2호를 조정하여 최초로 지구를 1회 이상 선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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