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입만 열면 ‘서민경제’를 내세우는 보수 야당이, 분배 공정성이나 포용경제를 꺼내기라도 하면, ‘사회주의다/좌파다/이념 편향적이다/종북이다/빨갱이다’라며 벌떼처럼 일어나 반대하니 말이다. 많이 버는 사람에게서 세금을 좀 더 걷어서(유럽은 이미 하고 있지만), 서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이 종북이고 빨갱이 짓거리란 말인가? 이거 너무 상투적 자본가 논리 아닌가? 야당 정치인이야 정부/여당을 공격해야만 권력을 다시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손 치더라도, 서민들(일부이긴 하지만)마져 그에 동조한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서민이 자본가의 부익부를 돕는 일이니 말이다.
◘ 7. 보수가 집권한다는 것은, 세금과 복지를 줄이고자 하는 입장을 의미한다. 세금이 줄어들면 자본가와 기업이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기술과 산업투자가 활성화된다. 이는 기업과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고 결국 우리 사회를 성장하게 한다. 국가와 사회 전체의 성장이 보수의 장점이다.
반면 세금이 줄어들면 정부는 재정이 부족해지므로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수행할 수 없고, 심화되는 빈부 격차를 막을 수 없다. 문제는 복지 축소와 빈부격차의 심화가 소외계층의 불만을 일으켜 결국에는 사회 갈등을 낳는다는 데 있다. 이것이 보수의 단점이다.
진보가 집권한다는 것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세금을 높이고자 하는 입장을 의미한다. 복지의 수준을 크게 높여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빈부격차의 정도를 완화해서 사회적 갈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세금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직접 부담하는 자본가와 기업이 투자 의욕을 잃을 수 있다는 문제를 갖는다. 이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낮추어서 결국에는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진보의 단점이다. 따라서 이런 정도의 기본만 알아도, 생각 없이 자본가의 놀음에 부화뇌동하지는 않지 않을까……(<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한빛비즈/2014/202쪽).
◘ 8. 자본주의는 효율성 때문에 세계 경제의 주류를 이뤘지만, 그 폐해 또한 만만치 않다. ‘자본가가 노동자의 노동력으로 생산하여 이익을 얻는 경제구조’기 때문에, 자본가는 이윤을 재투자하여 더 많은 이윤을 얻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임금 결정과 임용/해고권까지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사 간의 마찰과 빈부격차와 불평등은 피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이에 대해 불평이나 저항을 하면,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장악한 의식산업*을 통해 프로파간다(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PR**로 바꿔 씀)를 펴 여론을(노동자를) 오도/호도/은폐/왜곡/무마한다. 또 파업이라도 하면 언론을 통해 매도하고 공권력으로 탄압한다. 그럴 때마다 뜻있는 사람들이 우려를 표명하지만 고쳐질 기미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통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질타하기도 한다.
*의식산업: 교육/종교/각종 미디어/광고/사법 등.
**public relation: 사람이나 단체 등이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떤 사실을 널리 알림.
◘ 9. 자본가는 ‘자본가*’라는 단어를 싫어한다고 한다. 소유나 이윤 극대화라는 뜻이 담겨있고 반사회적 의미도 풍기기 때문이다. 즉 생산·분배·교환수단을 소유하고 이윤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행위가 숨김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본가 대신 사업가, 경영자, 실업가, 고용주라는 단어를 즐겨 쓴다. 네덜란드에서는 사회적 파트너, 일 제공자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또 자본가는 전문용어, 법률용어, 난해한 특수용어 등으로 자본의 작동 원리를 왜곡 은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가난한 자는 훔치고 부자는 착복한다’는 식의 완곡어법, ‘시장이 피로하다’는 식으로 죽은 것을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하기, ‘복지 급여가 축소되고 있다’는 식의 피동태 구문으로 바꿔 쓴다.
이런 은폐기도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1) 끊임없는 경계, 2) 아무것도 당연시하지 않는 비판적 시각, 3) 권위를 의심하는 용기, 4) 현상에 대한 분노가 필요하다.
하긴 자본가의 파수꾼이기도 했던, 미국 하원의장 뉴트 깅리치가 이끄는 공화당정치행동위원회가 당의 공직후보자들에게 나눠준 책자(언어: 지배의 핵심 메커니즘)에서 프로파간다 기법을 이렇게 기술했다고 한다. “우리 후보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환경, 평화, 자유, 공정한, 깃발, 우리, 우리 가족, 인도적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상대 후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배신, 병적, 한심한, 거짓말, 자유주의적, 위선, 비판적 태도, 이기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라.”
* 자본금을 빌려 주어 이자를 받거나 자본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기업을 경영하여 이윤을 얻는 사람
◘ 10. 1877년, 미국의 철도 노동자들은 경기침체로 임금이 체불/삭감되고 해고가 잇따르자 파업으로 맞섰다. 이에 정부의 강경 대응 과정에서 100여 명이 사망하고 1만여 명이 감옥에 갇혔다. 그러나 자본가에 장악된 <뉴욕타임스>는 파업 노동자를 이렇게 몰아붙였다.
“불만세력, 불량배, 부랑자, 폭도의 무리, 수상쩍은 사람, 나쁜 사람, 도둑, 도박꾼, 방화범, 공산주의자, 노동개혁 선동가, 위험한 계층, 갱단, 노숙자, 알코올 중독자, 범법자, 협잡꾼, 실업자, 사기꾼, 떠돌이, 비열한 사람, 가치 없는 사람, 교사자, 사회의 적, 무모한 군중, 반항아, 가난한 사람, 말 많은 연설가, 깡패, 약탈자, 절도범, 중죄인, 바보들……”이라고(미국민중사/하워드 진/이후/2006).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헌법에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33조 ①).’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건만,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KTH)이, "(국회 청소노동자들이) 무기 계약직이 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 툭 하면 파업할 텐데 어떻게 관리하려고 하느냐?"는 헌법 파괴적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으니 말이다.
※ panorama:② 수많은 사람과 사연들의 우여곡절이 담긴 연속적인 광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① 반원형 화면에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 넣어 실제의 느낌을 주도록 한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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