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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자본주의 파노라마 - 6

 

◘ 22.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는 ‘경제와 민주/경제와 윤리’라는 단어가 합성(合成)되기 어렵다. 자본주의는 개개인의 이기심 충족 욕구를 극대화할 수 있게 조직한 체제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나 소련이 실패한 이유도 이 이기심을 외면하고 제도적/강제적으로 윤리화나 민주화를 꾀했기 때문 아니던가.

 

자본주의란 우리가 잘 알다시피,

1) 자본이란 사업이나 영업 따위를 이루거나 유지하는 데 드는 돈/기금이고,

2) 자본가란 자본금을 빌려 주어 이자를 받거나 자본금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기업을 경영하여 이윤을 얻는 사람이고,

3) 자본주의란 생산수단을 가진 자본가 계급이 노동자 계급으로부터 노동력을 사서 생산 활동을 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경제구조”아니던가. 그래서 이런 직격탄도 나오지 않았던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동시에 양립할 수 없다(놈 촘스키).’

 

◘ 23. 이를 꼬집기나 하듯 민주적 정부가 자본가 편을 드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 학자도 있다.

1) 정부의 고위직을 자본가들과 그 변호사들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고,

2) 주요 선거에 도전하려면 거금이 들어가고, 자본가들은 자기네와 같은 견해를 가진 후보자에게만 자금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또 자본가가 소유한 매체의 보도도 이와 똑같은 우선순위를 보여주기 때문이고,

3) 부와 일자리 창출이 자본가들이 하는 투자의 양과 방향에 의해 결정됨으로, 정부는 그런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채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주된 기능은,

1) 자본가의 자본축적(수익성 있는 투자를 통해 부를 확대하는 일)을 돕는 것이고,

2) 자본가의 가치실현(생산한 물건을 파는 일)을 돕는 것이고,

3) 위 두 가지 일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관계(노동자에 대한 자본 지배)를 위협하는 모든 운동을 진압하거나 무력화하는 것이고,

4) 이 모든 행위를 성장, 국익, 위기극복, 자유, 민주주의, 정의, 애국심, 노동 유연성 등의 언어로 위장하여, 일반대중의 눈에 정당한 것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마르크스와 함께 A 학점을>/버텔 울먼/모멘트/2012/202~205쪽)

 

◘ 24. 정부가 자본가 편에서 노동운동에 대처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의 노동운동은 폭력에 의해 유린당한 일이 많았다. 그로 인해 수백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다른 산업국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다. 이런 폭력적 수단으로도 노동자를 억압할 수 없게 되자 정부와 기업주들은 방향을 돌렸다. 즉 ‘파업을 분쇄하기 위한 과학적 방법’으로 노동자의 의식을 통제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모호크 벨리 공식(Mohawk Valley Formula)'의 시행이었다. 즉,

미국은 돈이 필요한 사람에겐 언제라도 돈을 빌려주는 정겨운 은행가 친구가 있고, 가난한 노동자와 정직한 일꾼들의 아내를 돕기 위해 온종일 땀 흘려 일하는 기업주가 있으며, 달콤한 미국식 생활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며,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아름답고 조화로운 나라이다. 그런데 이를 파괴하려는 노동운동가가 있다면, 그들은 모두 외부선동가거나 공산주의자다.’ 라는 메시지를 의식산업*을 통해 노동자에게 반복해서 심어 주는 것이었다(위 책/67~69쪽).” * 의식산업: 각종 미디어, 학교, 광고, 교회, 대중스포츠, 법원 등.

 

◘ 25. 위 담론이 사실임을 말해 주는 실례는 많다. 놈 촘스키*가 든, 1992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첫 임기 초의 실례다.

“일부 자문위원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두세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그것은 유럽에서는 인지하지도 못할 정도의 온건한 정책이었다. 그러나 금융계는 채권 유통이 늘어나고 자본이 유출될 것이라고 협박하며 반발했다. 그로 인해 정책은 중단되었다. 결국, 과거 대통령이 그랬듯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통적 역할로 돌아갔다. 이는 월 스트리트 저널의 기사에서도 확인된 것이다. 밥 우드워드(워터게이트 사건 폭로 기자)의 책을 비롯해 여러 책도 이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놈 촘스키/시대의 창/2002/72 쪽.

 

◘ 26. 그래서인가? 부를 증오(?)하는 말도 많다. 과연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1) 부자란 극장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다른 이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거나,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취급하는 사람들과 같다. 그들은 공동의 재산이 지금 자기 수중에 있다는 이유로 그걸 자신의 것으로 여긴다(성 바실리우스).

2) 부자는 부정하거나 부정한 자의 상속인이다. 부는 항상 절도의 결과이며, 그 절도는 현 소유자가 저지른 게 아니면 그의 선조가 저질렀다(성 히에로니무스).

3) 부자의 여분은 빈자의 필수품이다. 그러므로 여분을 소유한 자는 다른 이의 물건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성 아우구스티누스).

4) 미국에 4,000만 명의 빈민이 있습니까? 이 의문을 제기할 때 여러분은 자본주의 경제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 걸인들을 만들어 내는 체제는 개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우리는 언젠가 깨닫게 될 것입니다(FBI국장을 지낸 J. 에드거 후버로부터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공산주의자로 몰린, 흑인 인권운동가/개신교 목사 마틴 루서 킹).

5) 경제 이론 중 마르크스주의 경제체제는 도덕적 원리에 기초하지만, 자본주의는 오로지 이득과 이윤에만 관심을 둔다. 마르크스주의는 부의 평등한 분배와 생산수단의 공평한 이용에 관심을 두고, 소외되고 궁핍한 노동계급의 운명에 관심을 기울인다. …… 이런 이유로 나는 절반은 마르크스주의자이고 절반은 불교도다(대자대비·관세음보살의 화신이라는 달라이 라마).

 

◘ 27. 그러나 이 모든 말 속에는 일관된 메시지가 있다. 나눔의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사회 불안이나 불화의 원인인 자산 편중을 줄이고 분배를 늘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자본가는 분배에 인색하다. 잉여 자산을 분배하기보다 비축·재투자하여 더 많은 잉여자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 복지확대 등을 통해 분배를 늘리면(소득주도 성장), 2) 그만큼 소비가 늘어나고, 3) 소비만큼 또 생산도 늘어나, 4) 선순환(善循環) 경제구조가 만들어져, 5) 경제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부도 창출된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된다.

 

◘ 28. 우리나라엔 이와 관련된 좋은 가르침도 있다. “1)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마라. 2) 재산은 만 석 이상 지니지 마라. 3)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라. 4) 흉년 기에는 땅을 사지 마라. 5)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6)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경주 최부자집 가훈이다.

‘멈출 수 있는 욕망은 이미 욕망이 아니다’는 말이 있다. 욕망의 조절과 절제가 지극히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런 가훈을 실천하고자 한 일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훌륭한 전범이 되지 않을까 싶다.

 

※ 파노라마/panorama: 1) 반원형으로 굽은 큰 규모의 화면에 사실적인 그림을 그려 넣어 실제의 느낌을 주도록 한 시설. 2) 수많은 사람과 사연들의 우여곡절이 담긴 연속적인 광경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Text image/Rene Magritte(1898~1967/벨기에/초현실주의 화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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