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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거짓말의 미학-2

 

“…… 지금의 야당은 해도 너무했다. 합리적 비판, 건설적 대안 제시보다는 현 정부에 대한 혐오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정치적 주술呪術 행위에 몰두한 게 지난 3년간 야당의 일관된 전략이었다. “좌파독재의 완성/중국 사대주의/김정은 대변인” 등 주문呪文의 내용도 다양하고 치졸하다. ……(김종구 칼럼/한겨레신문/2020. 3. 11)

 

‘독재/사대/대변인’은 주문*이라기 보다 그냥 꾸며낸 말이고 거짓말일 뿐이다. 그런데도 야당은 반복한다. 아마, 프로파간다의 금과옥조(?)인 “진실과 거짓의 차이는 한가지뿐이다. 반복된 거짓은 진실이 되는데, 그것은 더 강한 진실이 된다(히틀러).”는 것을 믿어서가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거짓말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준 장면이 하나 떠오른다. 2015. 2. 10. TV로 생중계된 이OO 총리후보 인사청문회의 한 장면이다.

야당 의원이 후보에게, “기자들을 협박해 불리한 보도를 막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후보가 정색을 하면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의원님, 제가 한 나라의 국무총리 지명자입니다. 아무려면 제가 청문회 통과 여부를 떠나서, 제 정치적 소신, 인격, 그리고 제 나름대로 모든 걸 걸고 그렇게 얘기했을 리가 있겠습니까. (만일) 그런 녹취록이 있으면 공개해 주십시오.”

그런데 아뿔싸! 곧이어 스피커에서, “이것들 웃기는 놈들 아니 여, 이거……라는 후보의 녹취가 흘러나오자, 표정을 얼른 바꾸면서,

“현재 제 마음가짐이, 기억 상태가 조금은 정상적이지를 못합니다. 3일째 수면을 취하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착오나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는 생각을 합니다.”라 했던 장면이다.

 

위 후보는 기회 있을 때 마다 ‘나는 간단치 않은 사람’이라면서, 50년 된 엑스레이 사진, 첫 월급명세서, 증조부 토지 보상금 국고귀속, 장남 비공개 결혼, 도지사직을 던진 일화 등은 ‘노래방 18번’처럼 반복했다. 그러나 언론검증이 시작되면서 마치 불량완구 백화점처럼 갖가지 비리의혹이 쏟아져 나오자, 시원한 해명이나 반박자료는 내놓지 못했다. 그의 현란한 수사는 구린내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던 듯하다.

 

인간이 ‘사람人의 사이間’이고, 사회란 이기적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의 집합체인 한, 거짓말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선 선의(?)의 거짓말을 불가피하게 보기도 한다.

 

중증 비만증인 한 부인이 불임증으로 병원을 찾아왔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말했다.

“부인, 불임증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예? 무슨 병인데요!?”

“부인께서는 앞으로 삼 개월 이상 못 살 것 같습니다.”

기겁해 집으로 돌아 온 부인은 그날부터 식음을 전폐하고. 하느님을 원망하고, 조상을 원망하고, 운명을 원망하면서 정신없이 삼 개월을 보냈다. 그런데 삼 개월이 지나도 죽지를 않았다. 화가 난 부인이 의사를 찾아 와 항의했다. 의사가 말했다.

“부인, 축하합니다. 이젠 아이를 낳을 수 있습니다. 사실인즉슨, 부인께서는 비만 때문에 아이를 낳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진찰 결과 부인의 비만증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해, 어쩔 수 없이 극약처방으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거짓말이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서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그 징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이를 잘 말해 주는 것이 <거짓말의 심리학**>이다. 이 책에서는,

 

거짓말의 일반적 징후로, ‘대답 않기, 불분명하게 부정하기, 대답 기피하기, 질문 반복하기, 일관성 없는 진술, 공격모드 돌입, 부적절한 질문, 지나치게 짧거나 상세한 대답, 지나치게 정중함, 냉소적 반응, 과정이나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 참조 진술, 종교 끌어들이기, 선택적 기억’을,

 

거짓말하는 사람의 행동으로는, ‘반응의 지연, 언행의 불일치, 입이나 눈 가리기, 헛기침하기, 침 삼키기, 얼굴로 손 가져가기, 시선 이동, 옷매무새 고치기’ 를,

 

거짓말의 서두에 붙이는 수사로, ‘기본적으로, 대부분, 근본적으로, 아마도, 대개는, 솔직히 말하면, 추호의 거짓 없이 말하면, 까놓고 말하면’ 를,

 

거짓말을 감추기 위한 수사로는, ‘저는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그리 간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난 정직한 사람입니다,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 저는 성격상 그런 짓을 못하는 사람입니다, 난 절대로 직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런 짓 하지 않습니다, 나는 평생 거짓말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등을 들고 있다.

 

여기서 흐루쇼프가 정치인의 거짓말을, ‘강도 없는 대 다리를 놓겠다는 말’이라 정의(?)한 것이 생각난다.

또 1998년, 부산의 한 택시기사로부터 들은 ‘국가를 부도 낸 김영삼을 잘못 찍어서 잘라 낸 손가락이 쓰레기통에 넘쳐난다.’는 말도 생각 난다. 바야흐로 거짓말이 횡행/창궐하는 선거철이다.

정신도 차리고 거짓말 메커니즘도 참고하여, 후보의 말을 제대로 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 Text image/소비에트 연방 정치/후르쇼프(1894~1971)

* 呪文: 어떤 바람이나 원망을 실현시킨다고 믿으며 외는 글귀

**『거짓말의 심리학』/필립 휴스턴 외/박인균 역/추수밭/2013/CIA 거짓말 수사 베테랑이 전수하는 거짓말 간파하는 법/ 전직 CIA 거짓말 탐지 조사관 3인이 수천 건의 인터뷰와 심문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한 거짓말 탐지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은 철저하게 상대의 거짓말을 가려내는 실질적인 방법에 초점을 맞춘다. CIA 거짓말 탐지법의 핵심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여 거짓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거짓말 징후들,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거짓말 신호들, 걸려들기 쉬운 거짓말과 그에 대처하는 법,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한 효과적인 질문법 등 실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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