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우생학자 골턴(Francis Galton)이 시골 여행 중 '가축품평회' 행사를 보게 되었다. 행사는 소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이었는데, 1) 참가자들이 표(쪽지)를 사서 소의 무게를 적어 투표함에 넣으면, 2) 주최자측이 소의 무게를 측정한 후, 3) 가장 근접한 무게를 써 낸 사람을 뽑아 상품을 주는 것이었다. 물론 정확히 맞힌 사람은 없었다. 놀라운 사실은, 800여명이 적어 낸 쪽지 중 판독이 어려운 13장을 제외한 787장의 무게를 평균했더니, 1,197파운드였다. 실제로 측정한 무게는 1,198파운드였다. 이를 계기로 우파/우중론자(愚衆論者)였던 골턴은 '집단의 지적 능력과 민주주의' 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골턴의 사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집단=지혜⌟ 라는 등식은 일찍부터 역사가 실증해 온 것이다. 그런데 국정 지지도 ‘긍정 30%대, 부정 60%대’를 면치 못하는 윤석열 정부는 '집단의 지혜'를 외면하기 일쑤다. 그러자 정치적 이해관계가 비교적 적다(?)는 종교계마저 정부 규탄 선언을 하고 있다.
천주교/불교에 이어 개신교도 이런 요지의 시국선언은 내놓은 것이다. "~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지난 1년, 사회 구석구석 한국 현대사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러 이룩한 소중한 가치들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것을 아픈 마음으로 목도해야 했습니다. ~ 축하 대신 고언을 드리게 되어 안타깝습니다만, 더 이상 나라가 망가지고 국민의 삶이 뭉개지는 일을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민초)은 반드시 눕는다. (그러나) 너는 모르지?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선다(草上之風必偃 誰知 風中草復立/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