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이념의 노예

“혹시 부모님이 돌아가시더라도 슬퍼할 것 없다. 신의 섭리니 말이다. 전쟁터서 무서운 적과 조우하더라도 겁먹을 것 없다. 삶과 죽음도 우주의 섭리로 정해져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매사 불안 해 하지 말고 맡은 바 소임에 충실하며 살라. 세상만사란 인간의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우주의 섭리에 따라 이미 정해져 있지 않더냐. 따라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흘러가는 세상에 맞춰 부동심(apatheia)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만일 모든 국민이 이런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이런 나라의 통치는 식은 죽 먹기(?)가 아닐까? 그런데 이런 나라가 있었다.  1,500여 년 간 유럽/중동/아프리카를 지배했던 로마제국이다. 위 사례는 로마의 국가철학(통치철학)인 스토아철학(Stoicism*)의 일단이다.

모든 국가는 나름의 국가철학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의 유교, 조선왕조의 성리학이 그 좋은 예다. 물론 국가철학이란 국민의 도덕적 기준이나 목적이기도 하고 또 하나의 이념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서는 이념( 理念/ideology)을 사상적으로 협소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념이란,  1) 인간 사회가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고 있는 의식구조로,  2) 한 시대/사회에 독특하게 나타나는 관념(사물에 대한 생각/견해), 믿음, 주의(주된 옳음) 등을 통틀어 이르는 것인데도 말이다. 

결국 이념이란 막연한 의미로서의 세계관/가치관이다. 이념이란 인간이 발견했다고 믿어 온 객관적 세계관(?)이나 자연적 구조가 아니라, 인간이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따라서 하나의 이념이 만들어지면 그것은 우리의 의식을 옥죄는 올가미가 된다. 예를 들어 부자/기득권층이 만들어 유포시킨 이념 중  ‘大富在天 小富在勤’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것에 세뇌(포로)되면 가난한 사람은 부지불식간간에, ‘부자는 하늘이 내는 것이니 우리 같은 서민은 꿈도 꾸어서는 않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듯이 말이다.

물론 세상엔 자유/평등/박애라는 훌륭한 이념도 있다. 돌이켜 보면 서양은 이런 개념이 전혀 없었던 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 바탕한 서양철학이나 서양의 국가철학에 따라  2,000여 년을 살아 왔다. 따라서 대부분의 서양철학의 이념은 지배이념이었다.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속아 넘어 가기 십상이다. 그래도  '알고 속으면 덜 억울할 것' 아닐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상 VS 본질  (1) 2023.05.27
민주=다수=지혜  (0) 2023.05.04
역사≠사실  (0) 2022.10.13
불교≠종교  (0) 2022.08.13
범생이와 날라리  (0) 2022.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