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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벌거벗은 임금님' 소환

흰 것을 희다고 하는 것이 정상이고, 흰 것을 검다고 하는 것은 비정상이다.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고 개념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 현실엔 그렇지 않은 일이 너무 많다. 눈만 뜨면 접하게 되는 이런 것들이다.

 

- 간도특설대가 항일독립투사의 토벌부대였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인데도 그 일원이었던 백선엽만은 그런 일을 안했다고 우긴다. 막무가내논리다.

- 통합당 원내대표가 '박지원, 적과 내통 운운' 발언을 꺼내자, 진중권은 '똥볼 넘어 선 뻘짓'이라는 비판했다. 참으로 볼썽사납다.

- 국무위원이나 지자체장들이 부동산 사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면, 보수언론은 '이슈에 숟가락 얹는 언행'이라며 폄하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란 얘기다.

- 이승만 전 대통령 서거 55주기 행사서 국가보훈처장이 그를 ‘대통령’이 아닌 ‘박사’로만 지칭 했다고, 지상욱 통합당 여의도연구원장은 “앞으로 보훈처는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변호사란 호칭을 함께 사용해야겠다”고 비판했다. 대비 논리의 비약이다.

 

세간사 모두 상식(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

개념(어떤 사물에 대한 일반적인 뜻이나 내용)에 따르면 정상이 된다.

그래서인지 정치인들도 입만 열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친다. 그러나 실제에선 그 반대다.

‘벌거벗은 임금님’같은 정치인과 그를 묵인/동조/지지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200여 년 전 이를 재미있게 풍자했던 안데르센의 <황제의 새 옷/1837> 버전 중 하나인

아래 <벌거벗은 임금님>을 재소환해 본다.

먼 옛날 한 사기꾼이 임금님에게 하늘나라의 옷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임금님은 욕심이 생겼다.

“돈은 얼마든지 주겠다. 그 옷을 가져오너라. 그러나 나를 속인다면 너는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제가 임금님을 속이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하늘나라의 옷을 가지러 궁궐 밖으로 나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곳으로 가는 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선 제 의식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거기서 하늘나라로 들어갈 것입니다. 저는 들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옷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심하십시오. 그 옷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이 세상에 내려온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임금은 그 옷을 처음 입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옷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수백만 냥의 금화가 필요합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임금님은 신이 나서 말했다. 임금님은 궁궐을 굳게 지키게 하고 그에게 커다란 방을 내 주었다. 그런데 사기꾼은 매일 임금님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미심쩍어진 임금이 물었다.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다 쓰는가?”

“뇌물입니다. 하늘나라 문지기, 성직자, 그리고 대신들 모두에게 뇌물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옷이 있는 곳까지 도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임금님께서는 계속 돈만 대시면 됩니다.”

사기꾼은 임금으로부터 수천만 냥의 금화를 받아냈다. 마침내 임금님이 그토록 기다리던 날이 다가왔다. 드디어 사나이는 매우 아름다운 상자를 등에 지고 나타나서 임금님에게 말했다.

“이 옷을 입어보기 위해서는 성대한 축하연이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성대한 축하연이 마련되었고 모든 백성이 모여들었다. 궁궐도 아름답게 치장되었다. 사기꾼이 말했다.

“자, 상자 곁으로 가까이 오십시오. 그런 데 상자를 열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 옷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옷이라는 점입니다.”

왕이 듣기에도 틀림없는 말이었다. 신은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의 옷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셔츠나 코트만 걸어가는 것처럼 보일 테니 말이다. 사기꾼이 말을 이었다.

“이 옷을 가지고 올 때 하늘나라 사람들이 제게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이 옷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자기 아버지가 생부(生父)인 사람에겐 보이고 출생이 의심스러운 사람에게만 안 보인다.’라고 말입니다.”

사기꾼이 상자를 열고 임금님에게 옷을 보여주었다.

“보십시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옷입니까?”

순간 임금은 마음에, ‘만일 내가 이 옷이 안 보인다고 하면 백성들이 내가 부왕의 진짜 아들이 아니라고 생각할 거야. 그건 절대로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자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자, 모두 여기를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 옷이냐?”

그러자 대신들은 앞을 다투어 옷이 아름답다고 칭찬하기 시작했다. 서로 질세라 각가지 찬사를 이어갔다. 임금이 다시 말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옷이로다. 모두 이 옷에 대해 감탄을 하니 짐의 기쁨은 더 할 말 나위 없구나.”

그러자 사람들 또한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들 눈에는 모두 보이는데 내 눈에만 보이지 않는다면 나도 출생이 의심스럽다는 건가? 그건 안 되지. 내 출생이 의심스럽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사기꾼은 임금님의 옷을 하나씩 벗겨 나갔다. 그리고 하늘나라 옷을 입히는 시늉을 했다. 임금은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옷을 벗을 차례가 되자 순간적으로,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놔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만일 사실대로 말한다면 그의 권위뿐 아니라 그의 부왕과 어머니의 권위까지 떨어지고 결국 전체 왕실의 권위마저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늘나라의 옷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면서도 축하연에 모인 사람들은 다투어 그 옷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왕도 자신에게 말했다. ‘차라리 이편이 낳아. 모든 백성이 이 옷을 보고 있는데 걱정할 것이 뭐람. 단지 내 눈에만 내가 발가벗은 것으로 보일 뿐이야.’

그리하여 임금님은 용기를 내어 마지막 속옷마저 벗어 버렸다. 이제 그는 완전히 벌거벗은 채 서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환호를 지르고 손뼉을 쳤다. 그러나 임금님이 벌거벗은 모습은 분명히 보고 있었다.

아버지의 어깨에 목말을 타고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아이가 소리쳤다.

“아빠, 임금님이 발가벗었어요!”

“시끄러워, 조용히 해. 넌 아직 어려서 그런 거야. 네가 커서 어른이 되면 네게도 저 옷이 보일 거다. 네 눈에는 보이지 않니? 모두 저 옷을 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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