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대선 정국 일화 3제

대선을 5개월 여 앞두고 주자들이 벌이는 언행이 점입가경이다.

국가/국민을 위한 비전이나 정책은 없고 상대방을 거꾸러뜨리기 위한 마타도어식 언행만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어느 야당의 주자는 출사표서 현 정권을 ‘국민 착취 정권’으로 진단했는가 하면,

또 한 주자는 부동산정책은 ‘현 정부 반대로 하면 성공한다’고 하는 식이니 말이다.

 

우리 모두 알다싶이 '착취搾取'란 ‘계급 사회에서, 생산 수단의 소유자가 생산 수단을 갖지 않은 직접 생산자로부터 노동의 성과를 무상으로 취득하는 일’  아니던가. 또 '후자의 반대 논리'는 어린애 심술같은 게 아니던가?

그래서 아래 세 가지 일화를 떠올려 봤다. 마타도어식 언행의 허구성을 직시하는 데 도움이 될 가 해서다.

 

# 1. “식탁을 둘러앉은 그들(파리들) 가운데 외부 세상을 알고 있는 자는 거의 없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일 수 있었다.

히틀러 자신도 자기위주의 관념 외에는 세상에서 한 가지도 배운 것이 없고 지식이나 통찰을 얻은 것이 없었다.

그보다도 더 한심한 사실은 그를 둘러싼 당과 군인 실권자들(권력을 쫒는 파리들)이 거의 교양이라곤 갖춘 것이 없다는 것이다. 제국의 지도층 엘리트를 구성하는 50명 안팎의 전국 및 지방 지도자들 가운데 정규대학 교육을 받은 자는 불과 10명, 대학에 재학한 일이 있는 자가 수명, 나머지는 중 고등학교 교육의 소유자였다.

이들 가운데 어떤 뚜렷한 경력과 업적을 가지거나 낸 자는 거의 없었다. 거의 전부가 한심할 정도로 무식하고 무교양이었다. 히틀러가 이런 무리를 모아들인 까닭은 자신과 근본적으로 같은 정도와 수준의 패거리들을 대할 때 마음이 제일 편했기 때문이었으리라.

그중에서도 이론가라고 자처하는 히믈러는 게르만의 민족 신앙, 선민사상, 그리고 어설픈 혁명사상 따위를 뒤범벅으로 반죽해서 만든 황당무계한 사이비 종교적 정치신념을 불어대면서 독특하고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였다.” (알베르트 슈페어 <광기의 역사>)

 

⋇ 사족 : 언제나 그렇듯 지지도가 높은 후보 캠프에는 권력을 탐하는 자(파리)들이 꼬이게 마련이다. 이 자들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승리자의 것인 전리품(To the Victor Belongs the Spoils/미국 상원의원 윌리엄 마시/1832)’이다.

마시는 대놓고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승리를 위해 싸울 때는 승리의 과실을 누릴 생각을 하는 게 당연하다. 만약 패한다면 패한 쪽은 공직에서 모두 물러나야 한다.’고.

 

# 2. 맹인이 한 파티에서 아주 맛있는 푸딩을 먹었다. 맹인은 그 맛이 매우 좋아 옆 사람에게 푸딩이 어떻게 생겼는지 물었다. 옆 사람이 말했다.

“하얗습니다.”

“하얗다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하얀 거요? 그건 오리 같은 거지요.”

“그럼 오리는 어떻게 생겼습니까?”

옆 사람은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자, 이걸 잘 만져 보십시오.”

그는 자기 팔과 손목을 구부려 오리 모양을 만든 다음 맹인이 손으로 만져 보도록 했다. 그러자 맹인은 이렇게 말했다.

“아하, 푸딩은 활처럼 굽은 것이군요.”

 

⋇ 사족 : 우리가 안다고 하는 것은, 인식 대상인 우주/자연/존재/사물을 언어로 무엇 무엇이라고 의미화해 놓은 것(관념)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모든 관념(앎/지식)은 인간의 필요성/편리성 그리고 관점/언어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 일화처럼 푸딩이 여러 가지로 인식되기도 하고, 같은 닭 울음 소리가 ‘꼬끼오’나 ‘cock-a-doodle’로 표기 되듯이 말이다. 따라서 선거 승리에 목을 매는 대선주자들은 어떤 것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형/왜곡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의 말은 열 번이고 백번이고 걸러서 들어야 하지 않을까.

 

# 3. 점성술에 능통한 왕이 있었다. 그는 항상 별의 운행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는 날 마음속에서 돌연한 공포를 느꼈다. 별들의 움직임을 통하여 올가을에 추수할 곡식을 먹는 것이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먹는 사람은 누구나 미치게 될 것이었다.

왕은 신하를 불러서 올해의 추수는 독성을 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별들의 조짐이 너무나 뚜렷하였다. 이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천 년에 한 번쯤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올해에 일어난 것이다. 왕이 신하를 불러 말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신하가 대답했다.

“작년 곡식은 그 양이 너무 적어서 폐하와 저희 먹기에는 충분하지만 백성에게 고루 나누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것을 궁궐로 모두 거두어들이십시오. 폐하와 저희가 미쳐 버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어서 왕이 말했다.

“아니 된다. 그 일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의 충직한 백성이 모두 미친다면 그 속에서 나는 이방인이 될 것이다.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백성이 미친다면, 아니 여자들도, 성자와 현자들도, 충성스런 하인들도, 나의 모든 백성과 심지어 아이들까지 미친다면 나는 이방인이 된다. 그것은 안 된다. 백성과 함께 나도 미쳐버리는 게 낫다. 그 대신 내가 한 가지 방법을 말해주겠다. 나는 그대들 이마에 미쳤다는 표시를 하겠다. 그대는 나의 이마에 미쳤다는 표시를 해라. 그러면 나는 모든 사람이 미쳐버리고 난 후에 그대 이마를 보면서 내가 미쳤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나는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옛 성현의 글 속에서 본 적이 있다. 미친 자는 자신이 미쳤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무지한 자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꿈속에 있는 자는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이 미쳤다는 것, 무지하다는 것, 꿈속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깨어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 사족 :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은,  ‘민심은 거대한 집단지성’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 대선 주자의 지성이 5천만의 집단 지성을 어떻게 속이고 이길 수 있을 것인가.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붕어의 착각  (0) 2022.01.14
대선 정국 데자뷔  (0) 2021.11.12
Schadenfreude & Capitalism  (0) 2021.09.25
전체적/근본적/반성적 사고  (0) 2021.08.30
한 노 교수의 질문  (0) 2021.08.01